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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의 방패, 감염의 안전벨트 백신

by life-and-work 2024. 7. 30.

▲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백신이 없었다면 인류는 멸종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Pixabay]

 

첫 백신 개발의 근원 천연두

인류는 오랫동안 역병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려 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천연두, 홍역, 페스트, 풍진, 소아마비, 수두, 뇌염 등 온갖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앓다가 목숨을 잃었다. 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흔했다. 세상을 바꾼 획기적인 발명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으로 백신이 있다. 백신은 어떻게 감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는 것일까?

우리 몸이 병원체에 감염되기 전에는 일종의 ‘가짜 병원체’를 주입해서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때 주입하는 병원체를 백신이라 한다. 백신은 생균에 조작을 가해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약하게 해서 만든다. 백신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항체를 형성하고 이후 병원체에 감염이 되어도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인간이 백신의 원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이다. 기원전 430년 그리스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기록에 따르면, "전염병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만이 같은 병에 걸린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 당시에도 이미 한번 질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다시는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실제 백신으로 이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천연두(天然痘, smallpox)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전염병이다. 감염자가 호흡이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내뿜은 바이러스로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성이 높았다. 20세기 동안 천연두에 걸려 신음하다가 죽어 간 사망자는 최소 3억 명에 달했고, 높은 치사율뿐만 아니라 완치 후에도 얼굴을 뒤덮는 흉터를 남겨 공포감을 주었다. 백신이 없었던 초기에는 인두법(人痘法, variolation)을 사용하고 있었다. 피부에 상처를 내고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를 문지르거나 코로 흡입하는 이 방법은 높은 사망률 때문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소 젖을 짜는 여자가 소의 전염병인 '우두'를 앓아서 얼굴에 곰보 자국이 생겼지만,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뒤에 천연두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무언가가 우두에 있다고 생각했다. 제너는 소젖을 짜는 여인의 손바닥 종기에서 고름을 채취해 한 소년의 팔에 주입했다. 며칠 뒤 소년은 약한 우두 증세를 보이다가 회복을 했고, 이를 통해 제너는 우두의 고름을 사람에게 접종하면 천연두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796년 개발된 천연두 백신은 이후 큰 효과를 나타냈고,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천연두 완전 퇴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파스퇴르, 세포 배양으로 만든 백신 

제너의 종두법은 다른 질병의 병원체를 백신으로 접종한 방법이다. 하지만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분리 배양하여 인공적으로 백신을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Louis Pasteur)이다. 파스퇴르는 미생물과 질병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고, 특정 질병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세균을 찾아내 이를 따로 추출해서 배양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것을 건강한 동물에 주입했을 때 똑같은 질병이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병원체를 없애거나 피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에 걸린 닭의 벼슬에서 피를 채취하여 닭고기 수프에 떨어뜨린 후 실온에 며칠 동안 방치해 두었다. 수프에서는 세균이 많이 자라났고 이 수프를 닭에게 주자 닭 콜레라에 걸려 죽어 버렸다. 1889년, 파스퇴르는 이 실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닭고기 수프를 방치해 두는 시간이 길어지면 닭이 죽지 않고 병을 앓다가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는 방치해 두었던 며칠간의 시간 동안 세균이 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약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닭의 몸에 면역이 생겨 콜레라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면역의 기본 원리를 발견한 것이니다. 파스퇴르는 제너에 착안하여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를 이용하여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예방 접종법(vaccination), 이때 사용하는 재료를 '백신(vaccine)'이라 이름붙였다. 이듬해에는 비슷한 방법으로 탄저병 예방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1885년에는 자신이 개발한 광견병 백신이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감염병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 후로 수많은 학자들이 감염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뛰어들어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 그리고 1909년에 결핵예방백신(BCG)이 개발되었다. 1949년에는 세포 배양으로 바이러스 증식이 가능해져 소아마비 백신은 물론 홍역, 간염 등 수많은 백신이 탄생했다. 이처럼 인류는 백신이라는 획기적인 발명을 통해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등장하는 전염병, 그리고 이어지는 백신 개발

그 후로도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계속 등장하였다. 1940년대 초 미국에서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이 약해지면서 팔다리부터 시작해 전신이 마비되었고, 심한 경우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그 병의 이름은 '척수성 소아마비'였다. 당시에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었고, 수많은 아이들이 사망하였다. 전 세계가 소아마비 공포에 빠졌고, 수많은 과학자와 의학자가 치료법과 예방법을 연구하였다.

1952년, 조너스 소크(Jonas Edward Salk)가 마침내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나치에 의해 자행된 생체 실험 때문에 인체 실험에 대한 거부감이 만연해 있어 임상 시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웠다. 소크는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했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소크의 살신성인 정신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동참하여 임상 시험을 마친 후 마침내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백신이 개발되자 많은 돈을 벌 기회였지만, 소크는 제약회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백신의 특허권을 포기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백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다. 소크는 한 방송에 출연해 "태양에도 특허권은 없다."라고 말했다. 소아마비 백신을 무료로 배포한 덕분에 전 세계 모든 아이가 백신을 맞을 수 있었고, 미국에서는 1979년 공식적으로 소아마비가 사라졌다.

19세기에 들어와 백신 개발은 더욱 활기를 띄었다.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 그리고 1909년에 결핵예방백신(BCG)이 개발되었다. 1949년에는 세포 배양으로 바이러스 증식이 가능해지면서 홍역, 간염 등 수많은 백신이 탄생하였다. 해마다 맞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비롯하여 한때 전세계에 유행했던 신종 플루 백신,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질병의 고통 속에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백신이라는 획기적인 발명을 통해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